등록일 2012.04.17 07:25:06
인텔이 지난 3월 E5 프로세서를 발표한 뒤, 서버 시장이 부쩍 분주해진 분위기다. 유난하다 할 만큼 유닉스가 강세인 우리나라 서버 시장이지만 최근 x86 프로세서의 성능과 안정성이 좋아졌고 가격을 무기로 앞세우면서 x86 서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대 또한 매우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 300대당 서버 1대?
최근 2년간 컴퓨팅 시장은 온통 스마트폰 이야기가 뒤덮었다. 스마트폰의 인기로 애플이나 삼성, 구글이 가장 많은 돈벌이를 했겠지만, 사실 뒤에서는 인텔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늘어나며 이 손 안의 모바일 컴퓨터들이 하는 모든 것에 서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모바일 포털 사이트부터 카카오톡 메신저, 갖가지 게임들, 티빙(TVing)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모두 이를 뒷받침해주는 서버가 필요하다. 오죽하면 스마트폰이 300대 팔릴 때마다 인텔은 서버를 한 대씩 팔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분위기에 이어 올해 x86 프로세서의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클라우드와 가상화다. 인텔 스스로도 제온 E5 프로세서의 강점을 이 두 가지로 꼽고 있을 정도다. 클라우드와 가상화 기술이 점차 자리를 잡고 올해 본격적으로 기업들이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고성능을 앞세운 제온 E5 프로세서는 가뭄 끝에 만난 단비인 셈이다.
특히 성능이 크게 높아지다 보니 그 동안 문제가 되었던 부분들이 자연스레 해소되는 움직임이다. 가상화나 클라우드 자체가 서버 숫자를 줄이고 남는 자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인데 제온 E5 프로세서가 두 배 가까이 높아진 성능과 패키지당 더 많은 코어를 품고 있다 보니 더욱 유리하다.
표준화와 성능 개선 x86만의 무기
조동규 시트릭스 부장은 “저마다 프로세서가 다른 유닉스와 달리 x86이라는 표준을 지키다 보니 기존 서버를 확장하거나 마이그레이션 등에 서버 제조사의 영향을 적게 받는 것이 x86 서버가 가상화, 클라우드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강점”이라고 설명한다. 한번에 큰 서버를 들여놓기 보다는 필요한 만큼만 도입한 뒤 필요에 따라 추가하는 요즈음의 엔터프라이즈 환경과도 잘 어울린다.
또한 집약적인 연산에 유리한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영역 역시 x86의 주요 시장으로 꼽힌다. 코어 개수가 많고 발열이나 전력 소비량은 오히려 줄어든 만큼 당장은 일반 서버보다도 더 인기 있는 것이 바로 HPC 영역이다. 시간이 곧 돈으로 연결되는 기업들이 앞 다투어 도입할 만큼 떠오르고 있다.
▲ 제온 E5 프로세서는 집약적인 컴퓨팅을 해야 하는 HPC 용도로도
인정받고 있다
넉넉한 성능을 앞세운 보안 개선도 x86으로서는 호재다. AES 등의 암호화는 정보를 안전하게 다루는 것은 틀림없지만 그만큼 성능을 깎아먹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프로세서 성능이 더 좋아지면 되는 일이다. 은행 사이트 외에도 더 많은 영역에 탄탄한 암호화가 뒷받침된다면 개인정보 유출로 몸살을 앓는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x86이 유닉스보다 보안에 취약하다는 이야기를 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덕분에 유닉스가 철옹성처럼 버티고 서 있는 금융권이나 미션크리티컬 업무까지도 넘보고 있는 것이 x86 서버의 몰라보게 커져버린 현재 위상이다. 2012년 서버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잇 최호섭 기자 notebook@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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