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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일용 기자] 2015.11.06 17:02:37

"시장 1위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가진 것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장에 통용되는 법칙이다. 그러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은 예외인 듯하다. 업계 1위인 유튜브가 쉬지 않고 혁신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 특히 올해의 행보가 심상찮다. 올해 초 어도비 플래시를 전면 폐지하고 'HTML5'로의 완전 전환을 이뤄낸데 이어 4K 해상도/60프레임의 영상 지원, 가상현실 영상 지원,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 유료 구독 서비스 출시 등 신기술과 새로운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유튜브가 올해 선보인 신기술과 서비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1. 어도비 플래시 전면 폐지 > HTML5 전환

1월 27일, 새해 초부터 유튜브는 변화를 꾀했다.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제 모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어도비 플래시 대신 HTML5를 활용해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튜브+HTML5

플래시는 동영상이나 배너 광고 등 각종 반응형 콘텐츠를 웹 상에서 구현하기 위한 플러그인이다. 2010년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플래시를 활용해 제공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실버라이트를 활용하는 일부 예외도 있었으나, 플러그인을 설치해야 한다는 점만은 동일했다. 유튜브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튜브를 정상적으로 감상하려면 반드시 플래시를 설치해야 했다.

왜 플래시를 활용해 동영상 스트리밍을 제공한걸까? 이유는 명백하다. 바로 '트래픽 감소'다. 기업 입장에선 특정 사용자가 서버에 올린 동영상을 다른 사용자에게 그대로 제공하면 회선이 그 막대한 트래픽(용량)을 감당할 수 없다. 사용자 입장에선 동영상 원본을 그대로 스트리밍해서 감상하면 데이터 비용이 너무 많이 청구되며, 동영상 하나를 보는데에도 한나절이 걸릴 터. 차라리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아서 보는 게 더 합리적일 지경이다. 때문에 화질을 원본과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트래픽을 줄일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다. 유튜브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다. 플래시와 실버라이트다. 이 가운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좀 더 널리 사용되던 플래시를 동영상 제공 도구로 선택했다.

트래픽을 줄이는 기술의 핵심은 '가변 비트레이트 스트리밍(Adaptive Bitrate Streaming)'이다. 사용자의 회선 상태와 기기의 성능을 파악한 후 해당 상태에 맞게 동영상을 압축해서 송출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초고속 인터넷(100Mbps 내외)과 PC를 통해 동영상을 감상하는 사용자에겐 풀HD 해상도, 높은 비트레이트의 영상을 제공하고, 3G 무선통신과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감상하는 사용자에겐 QVGA(320x240) 해상도, 낮은 비트레이트의 영상을 제공하는 식이다. 플래시의 경우 '어도비 다이나믹 스트리밍 포 플래시(Adobe Dynamic Streaming for Flash)'라는 이름의 가변 비트레이트 스트리밍 기술을 품고 있었고, 이는 고스란히 유튜브에 적용됐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성능 문제 때문에 모바일에서 플래시가 퇴출되고, PC에서도 '보안 문제에 따른 플러그인 금지'가 이슈가 됨에 따라 플래시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다. 시기적절하게 플래시를 대신할 기술도 등장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구현을 위한 새로운 웹 표준 HTML5가 그것이다. HTML5를 준수하는 웹 브라우저에선 별도의 플러그인을 설치하지 않아도 동영상을 스트리밍 형태로 감상할 수 있고, 가변비트레이트 스트리밍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 이미 앱을 통해 HTML5로 스트리밍을 제공하던 구글은 올해 초 HTML5를 지원하는 웹 브라우저의 이용률이 70%를 넘었다고 판단하고 유튜브를 플래시에서 HTML5로 전면 전환하기에 이른다. 이제 사용자들은 웹 브라우저에 플래시 플레이어를 설치하지 않아도 유튜브를 감상할 수 있고, 스마트폰용 모바일 웹 브라우저로 유튜브에 접속해도 동영상을 정상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플래시를 버리면서 얻은 것이 하나 더 있다. 고화질을 유지하면서 사용자의 데이터 소모를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구글은 HTML5로 전환하면서 신형 동영상 코덱인 VP9을 유튜브에 적용했다. VP9 코덱을 통해 구글은 고화질 영상의 대역폭을 평균 35% 절약할 수 있었다. 동일한 고화질의 영상을 감상하더라도 플래시를 이용할 때보다 데이터 소모량이 줄어든다는 뜻. 또한 동영상 최초 재생에 걸리는 시간도 15~80%까지 감소했다. 데이터 사용량과 재생 속도에 민감한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희소식이다.

2. 4K 60프레임 영상 지원

HTML5 전면 전환을 통해 유튜브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HTML5 전환은 단지 뒤이어 단행될 혁신의 시발점에 불과했다. 뒤이어 단행된 혁신, 그 첫 번째는 '화질 향상'이다. 3월 말, 유튜브는 4K UHD 해상도(3,840x2,160) 60프레임 동영상 서비스를 개시했다. 지난 연말 HD/풀HD 60프레임 동영상 서비스를 개시한지 6개월 만이다. 기존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으나, VP9 코덱 덕분에 서비스 제공에 요구되는 대역폭이 감소하고 UHD TV, 모니터 등 4K UHD 해상도의 화질을 표현할 수 있는 기기의 보급량이 늘어남에 따라 내린 결정이다. (넷플릭스와 함께) 현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가운데 최고의 화질이다.

물론 모든 기기에서 4K 60프레임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초고사양PC에서만 4K 60프레임 동영상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모바일 기기는 제아무리 고사양이더라도 풀HD 60프레임으로 제한된다. 때문에 언론으로부터 4K 60프레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시기상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고화질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UHD 해상도를 갖춘 기기가 보급되면 보급될 수록 유튜브의 4K 60프레임 지원은 더욱 각광받을 전망이다.

유튜브 4K 60프레임

3. 가상현실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360'

두 번째는 HTML5 속 최신 영상 기술을 활용한 '가상현실 지원'이다. 5월 말, 구글 개발자회의 2015에서 구글은 차세대 가상현실 기기(라고 부르기엔 많이 초라하지만) '카드보드2'와 함께 '유튜브 360도 동영상 보기 서비스'를 공개했다. 360도 동영상이란 동영상 재생 도중 시점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동영상 서비스다. 시점이 촬영자가 선택한대로 고정되어 있던 기존 동영상과 달리 키보드, 마우스, 가속계 등 입력장치를 활용해 사용자가 자신이 보고 싶은 곳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여기에 구글의 가상현실 플랫폼 '카드보드(가상현실은 저렴해야 한다, 구글 카드보드2 - http://it.donga.com/21487/)'를 접목하면 한층 실감나는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구글 카드보드2

원리는 간단하다. 먼저 360도 전방위를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리코 세타, 코닥 SP360, 고프로 리그 등)로 영상을 촬영한 후 구글이 제공하는 메타데이터 SW로 이를 합성한다. 그 다음 이 합성된 데이터를 유튜브에 올리면 된다. 그러면 유튜브가 HTML5를 활용해 사용자가 시점을 바꿔가며 감상할 수 있는 360도 동영상으로 출력해준다.

360도 동영상 보기는 플래시 대신 HTML5의 최신 기능을 대거 활용해 '인터랙티브 애니메이션'을 구현했다. 때문에 플래시 플레이어를 설치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지만, 대신 HTML5를 완벽히 지원하지 않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선 감상할 수 없다. 단지 HTML5가 적용되기 이전의 '합성된 일반 동영상'만 보일 뿐이다. 360도 동영상 보기는 최신 버전 크롬, 파이어폭스, 엣지, 유튜브 앱에서만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360도 동영상<HTML5를 지원하는 웹 브라우저에서 360도 동영상을 실행한 모습>

360도 동영상
<HTML5를 지원하지 않는 웹 브라우저에서 360도 동영상을 실행한 모습>

360도 동영상 보기는 PC보다 모바일, 그 가운데 카드보드를 이용할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스마트폰과 카드보드를 연결한 후 유튜브 앱을 실행해 360도 동영상을 재생하면 오른쪽 하단에 카드보드 아이콘이 떠오른다. 이 아이콘을 누르면 가상현실의 형태로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먼저 카드보드 앱을 실행한 후 그 속에서 유튜브를 선택해서 감상하는 방법도 있으니 참고할 것. 사실 조작법 문제 때문에 이쪽이 이용하기 더 편리하다)

360도 동영상 보기는 가상현실과 카드보드 대중화의 첨병이다. 유튜브의 360도 동영상 채널(#360Video)에는 이미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360도 동영상이 올라왔고, 오늘도 올라오고 있다. 조회수가 100만이 넘는 인기 동영상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웨덴의 인기 뮤지션 '아비치'의 신작 뮤직비디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MMORPG 월드 오프 워크래프트를 형상화한 '스카이 오브 아제로스', 국내 걸그룹 '밤비노의 연습 장면' 등 국내외를 망라한 다양한 인기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360도 동영상 보기는 이제 막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일단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뒤 온라인에서 편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오프라인에서 편집해야 한다. 추후 기능 업데이트를 통해 온라인 편집 기능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동영상의 실제 해상도가 메뉴의 표시되는 해상도보다 낮은 문제가 있다. 여러 카메라로 촬영한 동영상을 하나로 합성하다 보니 유튜브가 실제 동영상 해상도보다 해상도 수준을 높게 판단하는 것이다. 때문에 볼만한 품질의 영상을 감상하고 싶다면 반드시 메뉴에 들어가서 해상도 수준을 2160P(4K)로 올려야 한다. 2160P 해상도의 동영상을 감상하려면 그래픽 가속이 필수인 만큼 저사양 PC와 스마트폰에선 제대로 감상할 수 없으니 주의할 것.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유튜브 360도 동영상을 하나 감상해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ujYyE0lfSUk

360도 동영상 보기에 이어 구글은 5일(현지시각) '홈씨어터 모드'를 추가했다. 유튜브 안드로이드 앱(iOS 앱 미지원)에서 설정 > 카드보드 아이콘을 선택하면 동영상을 카드보드에 맞게 최적화해주는 기능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극장에서 감상하는 것과 유사한 느낌으로 유튜브의 모든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홈씨어터 모드는 360도 동영상 보기와 달리 얼굴을 돌리면 (극장처럼) 검은 배경만 보인다. 360도 동영상의 형태로 업로드된 영상만이 가상현실을 완벽히 지원하니 착오 없길 바란다.

4. 트위치 게 섰거라,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 '유튜브 게이밍'

지난해 6월, 동영상 스트리밍 업계는 한 가지 소문 때문에 들썩인다. 다름아닌 구글이 트위치(Twitch)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녹화형 스트리밍 서비스 업계 1위인 유튜브를 보유하고 있는 구글이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 북미 1위인 트위치를 인수한다? 다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폐업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소식이다. 때문에 구글의 트위치 인수는 무산됐다. 미국의 반독점법에 걸려 회사가 사분오열될 위험성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결국 트위치는 구글의 경쟁업체인 아마존의 품에 안기게 된다.

하지만 구글의 입장에선 실시간 스트리밍 시장은 결코 놓쳐서는 안될 분야다. 유튜브가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의 업계 1위라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녹화형 스트리밍 서비스에 한정된 얘기다. 생방송이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는 트위치에 밀려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등장한 것이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 '유튜브 게이밍(Yutube Gaming)'이다. 유튜브 게이밍은 철저하게 트위치를 겨냥하고 나온 서비스다. 서비스의 모든 특징이 트위치와 일치한다. 실시간 스트리밍인 점, 게임 방송만 할 수 있다는 점, 콘텐츠 제공자가 후원 기능을 통해 기부(Donate)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단지 서비스 제공의 주체가 구글인지 트위치인지 여부만 다를 뿐이다.

올해 6월, 구글은 세계최대의 게임컨퍼런스 E3 2015를 통해 유튜브 게이밍을 발표하고, 트위치의 자리를 넘보기 시작했다. 유튜브 게이밍을 통해 방송하는 BJ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콘텐츠와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혜택이 구글 애드센스 계정만 있으면 광고 수익을 나눠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트위치의 경우 파트너 BJ만이 광고 수익을 나눠받을 수 있고, 일반 BJ는 광고 수익 없이 기부에만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구글이 이렇게 공격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시간 스트리밍 시장에서 트위치의 자리는 굳건하다. 트위치를 통해 게임 방송을 보던 사용자들이 굳이 BJ도 적고 콘텐츠도 적은 유튜브 게이밍을 이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 유튜브 게이밍이 정착하기 위해 가야할 길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유튜브 게이밍

5. 광고 보기 지켜우시죠? 이제 유료로 구독하세요 '유튜브 레드'

10월 28일, 구글은 유료 구독 서비스 '유튜브 레드'를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유튜브 레드는 일정 비용을 내고 가입하면 광고 없이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동영상 임시 저장 기능도 함께 제공한다. 또한 무제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유튜브 뮤직키 기능도 함께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구글 플레이에서 제공하는 약 3만개의 음악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유튜브 레드의 구독료는 안드로이드/웹 버전은 9,99달러, iOS버전은 12,99달러다. 넷플릭스나 애플 뮤직 같은 유사 경쟁 서비스와 비슷한 가격이다.

유튜브 레드

유튜브 레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조금 회의적이다. 애당초 유료 콘텐츠만 제공하는 데다가 다양한 자체 콘텐츠를 갖춘 넷플릭스,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여러 최신 음원과 독점 음원을 제공하는 애플 뮤직과 달리 유튜브 레드는아직 비용을 지불할 만큼의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구글이 얼마나 다양하고 매력적인 독점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유튜브 레드의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 물론 구글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부족한 콘텐츠를 채우고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자체 콘텐츠 수급에 발벗고 나섰다. 유튜브 1인 BJ 가운데 최고 인기 스타인 퓨디파이의 독점 시리즈물을 비롯해 초고해상도 가상현실 영상, 고품질 다큐멘터리, 로맨틱 드라마, 엔터테인먼트 쇼 등 10가지 독점 콘텐츠를 유튜브 레드 구독자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유료화라는 구글의 실험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해볼 일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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