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 중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이끄는 서비스나 기술이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을 어떻게 다루는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IT동아에서 비정기적으로 연재하는 'IT탐험'은 유행하는 서비스와 기술 등을 직접 경험해보고 그 과정과 결과를 독자에게 알리고자 한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전자화폐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그 때문인지 다양한 종류의 전자화폐가 쏟아지고 있다. 전자화폐가 주목 받기 시작한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거래소 내에 거래되는 가격(2017년 7월 12일 기준)을 보면 1 비트코인(BTC)당 약 280만 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으며, 이더리움 또한 1 이더리움(ETH)당 24만 원대에 거래가가 형성됐다. 거품이 많이 빠졌지만 아직도 반등을 기대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비트코인은 열심히 세력을 유지해 나가는 중이다.
이에 IT동아는 전자화폐를 얼마나 채굴해야 되는지, 전자화폐는 어떻게 보관하고 거래하는지, 채굴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은 어느 정도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채굴길에 나섰다. 지난 기사에서는 채굴한 전자화폐(이더리움)를 거래하기 위한 과정과 채굴 소프트웨어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면, 이번에는 직접 채굴해 얻은 전자화폐에 대한 채산성을 고민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이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은 이미 벗어났다.
지난 기사
[IT탐험] 'PC만 있으면 나도 광부?' 가상화폐, 직접 채굴해보니 – 준비편 (http://it.donga.com/26605/)
[IT탐험] 'PC만 있으면 나도 광부?' 가상화폐, 직접 채굴해보니 – 채굴편 (http://it.donga.com/26647/)
타올라라 그래픽카드여...
정말 쫄깃했다. 왜 그래픽카드가 고장나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채굴을 위해 메인보드 위에 지포스 GTX 1070과 라데온 R9 나노를 각각 장착하고 이스마이너(Ethminer)를 실행하니 그래픽카드는 소프트웨어가 실행하는 순간부터 종료되기 직전까지 최고 속도를 뽑아내고 있었다. 당연히 그에 따른 발열은 상상을 초월한다.
흔히 그래픽카드는 게임을 즐기거나 3D 작업, 영상 변환 등에 주로 쓰인다. 최근에는 일부 웹 브라우저가 그래픽 프로세서 가속을 지원하면서 그래픽카드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 때 그래픽카드는 최대한 성능을 발휘하지만 개인이라면 사용 시간 자체가 많지 않을뿐더러 화면이 그려지는 상황에 따라 그래픽 프로세서의 성능이 연동되므로 항상 100% 돌아갈 일은 거의 없다.
전자화폐 채굴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항상 100% 작동하는데다 쉬지 않고 움직이니 제품이 버텨낼 재간이 없다. 제품에 따라 그래픽 프로세서가 60~80도 사이를 계속 뿜어내는데 당연한 일이다. 흔히 채굴용으로 쓰이는 그래픽카드는 3개월 전후로 화면 출력이 불가능한 블랙아웃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픽 프로세서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 기판과 칩 사이를 연결하는 납땜이 녹아 생기는 문제다.
채굴이 주목받기 전에는 이를 가지고 사후서비스(A/S)를 받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대량으로 출고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전자화폐 채굴 여부를 확인하고 보증을 3~6개월 정도로 제한하는 곳도 있다. 본래 그래픽카드의 일반 보증은 3~5년 가량이다.
만약 채굴에 관심이 있다면 부품의 발열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조금만 잘못해도 그래픽 프로세서의 온도가 화끈하게 치고 올라온다. 위 이미지에 기록된 온도도 기자가 최적의 발열 해소 지점을 발견해 집중적으로 냉각했기 때문이다. 본래 지포스 GTX 1070은 67~68도, 라데온 R9 나노는 80도를 쉽게 오르내렸다. 대부분 그래픽카드의 발열이 위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높아진 채굴 난이도, 수지 타산은 '글쎄?'
기자는 약 2일간 0.04 이더리움을 얻을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인텔 코어 i7 7700K 프로세서와 에이수스 프라임 Z270-A 메인보드, 조텍 지포스 GTX 1070 AMP 익스트림, AMD 라데온 R9 나노 그래픽카드는 쉴 새 없이 작동했다. 어림잡아도 시간당 약 500W 이상을 48시간 내내 쓴 셈이다.
단순히 계산하면 하루에 0.02 이더리움을 채집한 것이다. 한 달을 채굴했다고 하면 0.6 이더리움이 된다. 마이닝 풀에서는 여러 이유를 들어 성과급(?)처럼 이더리움을 추가했기 때문에 실제 계속 채굴했다면 이보다 더 많이 채굴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아무튼 단순 계산으로 수지 타산을 맞춰봤다.
거래가 된다는 가정 하에 2017년 7월 12일 기준, 1 이더리움(ETH)의 가치는 25만 원 가량이다. 1개월에 약 15만 원의 수익을 얻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15만 원을 위해 PC는 열심히 일한다. 이 수치도 개인의 PC에 연결된 그래픽카드에 따라 각기 다르다.
참고로 테스트에 쓰인 조텍 GTX 1070 AMP 익스트림은 약 28MH/s의 성능으로 채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라데온 R9 나노도 26MH/s 가량의 성능을 보여줬다. 두 기기를 한 메인보드에 연결해 동시에 채굴하니 평균 50~52MH/s의 채굴 성능을 보여줬다. 이를 가지고 1일 채굴했을 때 0.02 이더리움을 기록한 것이다.
절망적이지만 많은 사람이 아직도 현역처럼 다루는 지포스 GTX 970은 약 3MH/s의 채굴 성능을 제공한다. 여러 지포스 GTX 900 시리즈를 연결해 성능을 알아봤지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소프트웨어의 발달로 지금은 조금 더 성능이 개선됐을 수 있으나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GTX 1070 대비 20%에도 못 미치는 성능은 전기 요금만 축낼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차이는 있지만 단순히 계산해 보자. PC 1대가 채굴로 500W를 쓴다고 가정했다. 이를 24시간, 그리고 30일을 계속 구동시킨다. 500W x 24(시간) x 30(일)을 계산하니 360KWh가 나온다. 한국전력공사의 전기 요금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PC 한 대만 5만 7,210원이 나온다.
이렇게 보면 수지타산이 맞을 듯 하지만 누진세를 생각해야 한다. 오롯이 방에는 PC만 작동하지 않으니 말이다. 더우니까 선풍기나 에어컨을 작동해야 되고, 방 안에 있을 누군가는 TV와 조명을 켠다. 항시 돌아가는 냉장고, 기타 장비들이 쓰는 전기도 생각해야 된다. 자연스레 전기요금은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심지어 1개월 전기 요금을 10만 원 이상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한 전자화폐는 채굴이 이뤄질수록 반감기가 있다. 재화는 한정적이고 채굴하는 사람은 많으니 이를 제어하기 위해 일정 구간을 넘을 때 마다 채굴 난이도가 급증한다. 전자화폐의 가격이 꾸준히 오른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도 않은 상황이다 보니 앞 날은 매우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채굴을 할 것인지 그렇지 않을지 여부는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
'IT탐험' 코너에서는 새로운 서비스 및 기술에 대해 궁금한 독자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IT동아(redbk@itdonga.com) 앞으로 보내주신 제보로 한층 유용한 기사 작성에 힘쓰겠습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