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영우 기자] IT 전반에 관한 의문, 혹은 제품 선택 고민이 있는 네티즌의 문의 사항을 해결해드리는 'IT애정남'입니다. 이번에는 cgrfrxxx님이 최근 훌쩍 비싸진 PC 가격 때문에 고민이 많다는 문의를 주셨네요. 저도 요즘 그런 걸 느끼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이며, 이에 어찌 대처하면 좋을 지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IT동아의 애독자입니다. 늘 많은 도움 받고 있습니다.
새로 컴퓨터를 사려는데 예전보다 훨씬 비싼 견적을 받았습니다. 비트코인 때문에 그래픽카드 값이 올라서 그렇다는데.. 대체 왜 그런 거죠? 당초 예산은 80만원 정도를 생각했는데 실제로 견적을 내보니 100만원 이상이네요.
이런 시세가 정말로 맞는 건지,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바랍니다. 비트코인 인기 떨어지면 가격이 원상복구가 될까요? 중고품을 알아보는 게 좋을까요?
암호화폐 열풍으로 '금값' 된 그래픽카드, 덩달아 비싸진 PC
안녕하세요. IT동아 입니다. 확실히 요즘 PC 구매를 생각하던 분들은 여러모로 고민이 많으실 듯 합니다. 특히 게임용 사양으로 조립PC를 맞추고자 한다면 1~2년 전에 비해 적게는 10~20만 원, 크게는 30~40만원 이상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장 큰 이유는 게임용 PC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인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껑충 뛰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가상화폐)의 영향 때문입니다. 암호화폐를 원활히 채굴하려면 높은 연산능력을 갖춘 시스템이 필요한데, 그래픽카드의 핵심 칩인 GPU(그래픽처리장치)는 CPU(중앙처리장치)보다 채굴 효율이 훨씬 뛰어납니다.
이 때문에 암호화폐 채굴업자들이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싹쓸이했고, 이 때문에 본래의 목적으로 그래픽카드를 이용하고자 했던 일반 소비자들(게이머 등)이 살 물건이 거의 없는 사태가 발생한 거죠. 적은 양이나마 팔리는 물건들도 예전보다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고요. 암호화폐 열풍이 한풀 꺾여서 약간 가격이 내리긴 했지만 아직도 시장의 완전 정상화는 요원해 보입니다.
메모리 값, 너마저 고공행진?
그리고 그래픽카드와 함께 또 하나의 PC 핵심 부품인 시스템 메모리(DRAM)의 고공행진 역시 PC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PC뿐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콘솔 게임기 등 각종 IT 제품에 탑재되는 메모리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한편, 생산량의 증가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2016년에 4~5만원 즈음 하던 PC용 8GB 메모리는 2017년에 폭등하기 시작해서 10만원 초반 대까지 갔다가 2018년 3월 현재는 8~9만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최근 출고되는 PC는 대개 8~16GB 정도의 메모리를 탑재하고 있으니 예전에 비해 PC 가격이 껑충 뛴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렇게 수요가 공급을 훨씬 뛰어넘는 부품이 많아지면 판매업자들은 일정 이하의 가격으로는 제품을 되도록 팔지 않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한 번 오른 가격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고요. 언제나 가격이 정상화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런 것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텐데 말이죠.
다만, 그렇다고 해서 중고 그래픽카드나 메모리는 구매하는 건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채굴용으로 쓰던 그래픽카드는 상태가 멀쩡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메모리의 경우는 환금성이 강한 제품이라 중고와 신품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지금 게임용 PC를 사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조언
그렇다면 언제 올지도 모르는 가격 인하를 바라며 마냥 기다려야 할까요? 이 역시 정답은 아닌 것 같네요. 모든 물건은 자신이 필요할 때 사는 것이 가장 효용성이 높은 것이니까요. 사긴 사되,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구매 팁 몇 가지를 제안하겠습니다. 물론 게임용이 아닌 사무용 PC의 구매를 생각하는 분은 이런 팁이 필요 없습니다. 그런 PC는 그래픽카드를 달지 않아도 되니까요.
비디오 메모리 3GB 이하의 그래픽카드를 선택한다
암호화폐 채굴업자들이 애용하는 그래픽카드는 비디오 메모리 3GB를 초과하는 고급형 모델입니다. 그 이하 제품은 채굴 효율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죠. 반대로 말하면 채굴업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그래픽카드는 그나마 살 만한 가격에 팔린다는 의미입니다.
이를테면 지포스 GTX 1060 3GB 모델과 6GB 모델의 게임 구동능력 차이는 10% 정도지만, 현재 판매 시세는 20~30%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물량 역시 6GB 모델보다 3GB 모델이 넉넉해서 상대적으로 구매하기 쉽고요. 지포스 GTX 1060 3GB 모델, 혹은 지포스 GTX 1050 시리즈 같은 제품도 일부 고사양 게임, 혹은 4K UHD급 게임을 제외하면 어지간한 게임을 하는데 큰 문제가 없으니 구매를 생각해 볼 만 합니다.
그래픽카드 대신 내장 그래픽 성능이 강력한 CPU를 단다
최근 출시된 AMD의 레이븐릿지 계열 라이젠(라이젠3 2200G 및 라이젠5 2400G) 같은 프로세서는 CPU 자체의 성능도 괜찮지만 무엇보다 내장된 그래픽기능(라데온 베가)이 훌륭합니다. IT동아에서 테스트 해 본 바에 의하면 지포스 GT 1030 정도는 대체할 수 있는 그래픽 기능을 내장하고 있더군요. 이 정도면 '오버워치' 정도의 게임은 별도의 그래픽카드 탑재 없이도 여유롭게 구동 가능합니다.
지금 새 PC를 장만한다면 그래픽카드 없이 레이븐릿지 프로세서만 탑재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쓰다가 나중에 내장그래픽 성능의 한계를 느꼈을 때, 혹은 그래픽카드 가격이 좀 떨어졌을 때 별도로 그래픽카드를 사서 추가해도 됩니다.
PC를 살 때 메모리 슬롯을 꽉 채우지 말자
PC용 메인보드에는 모델에 따라 2~4개 정도의 시스템 메모리 슬롯이 있습니다. 지금 조립 PC를 산다면 모든 슬롯을 꽉 채울 정도로 많은 메모리를 꽂지 말고, 최대한 슬롯 여유를 두고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을 권합니다. 이를테면 8GB 메모리의 시스템을 구성한다면 4GB 메모리 2개 말고 8GB 메모리 1개를 꽂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슬롯의 여유가 있어야 나중에 메모리 가격이 떨어졌을 때 추가가 용이하겠죠.
다만, 라이젠 레이븐릿지 CPU의 내장 그래픽을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성한다면 되도록 2개나 4개의 메모리를 꽂는 것을 권합니다. 내장그래픽 시스템은 시스템 메모리의 일부를 비디오메모리로 활용하므로 시스템 메모리의 성능에 따라 그래픽 성능도 크게 달라집니다. 최근의 PC는 메모리를 2개나 4개를 꽂으면 메모리의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이 2배가 되는 ‘듀얼 채널’ 기술을 지원하는데, 이는 내장 그래픽의 성능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조립 PC 대신 브랜드 게이밍 PC(완성품)을 구매한다
브랜드 PC는 유사한 부품 구성의 조립 PC에 비해 가격이 한층 비싼 편이라서 구매를 꺼리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이 조립 PC용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껑충 뛴 상태에선 브랜드 PC와 조립 PC의 가격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브랜드 PC가 더 싼 경우도 있습니다. 브랜드 PC 제조사들은 부품 제조사들과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소매점 가격과 상관 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으로 부품을 조달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를 테면 작년 말에 IT동아에서 리뷰를 했던 HP 파빌리온 580-125kr 같은 제품은 라이젠5 1400 프로세서에 라데온 RX 580 그래픽카드를 갖추고 110만원 정도(모니터 제외)에 팔리는 제품이었는데, 당시는 라데온 RX 580 그래픽카드만 60만원 정도에 팔리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비슷한 사양의 조립PC가 더 비쌌죠. 이런 점을 고려하면 조립 PC 대신 차라리 브랜드 게이밍 PC를 사는 것이 더 이득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사기 전에 꼭 유사한 사양의 조립 PC와 가격 비교해 보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싸게 사긴 힘들지만 그나마 손해를 줄이는 방법은 있다?
제가 조언할 수 있는 건 이 정도입니다. 예전처럼 PC를 싸게 사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그나마 손해를 적게 보는 방법은 있습니다. 이런 점을 잘 고려해서 최대한 효율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 현명한 소비자겠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질문자님 같은 소비자들을 위해서라도 PC 시장이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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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