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
뜬금없이 새롭게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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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크고 작은 사건 사고와 다양한 제품들의 흥망성쇠가 이어진 가운데, 조금은 뜬금없던 제품을 하나 꼽자면 인텔 B365 칩셋을 들 수 있다.
Z390 칩셋도 조금 뜬금없는 경우로 볼 수 있지만 Z390은 앞서 Z370 칩셋이 등장할 때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그 존재가 확인되었기에 뜬금없다고 보긴 어렵고, 시계를 조금 돌려 CPU에 그래픽 코어가 통합된 샌디브릿지가 나오던 2011년 내장 그래픽 출력 기능을 갖추지 못했던 P67 칩셋 이후에 iGPU 출력과 iSRT(Intel Smart Response Technology)를 지원하는 Z68 칩셋 등장한 것이 그나마 비슷한 경우라 할 수 있겠다.
B365와 B360도 기능적으로는 P67 및 Z68과 비슷한 경우지만, B365 칩셋이 전체 PCIe Lane과 USB 포트가 늘어난 대신 USB 3.1과 인텔 무선-AC 지원이 빠졌다. 인텔 'B' 시리즈 칩셋이 보통 메인스트림 사용자를 겨냥해 mATX 제품이 주로 출시되는 것을 감안하면, 어떤면에서 B365칩셋은 B360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인텔이 B365 칩셋을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14nm CPU 공급 부족 현상 개선.
인텔에 내려진 특명, 14nm CPU 생산 라인을 살려라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겠지만, 지난해 인텔의 14nm CPU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해 관련 제품들의 가격이 대폭 인상되었다. 대표격 모델이자 공식 가격 385달러인 코어 i7-9700K 정품은 한 때 최저가 기준 63만원까지 치솟았으며, 이에 따라 DIY 유저들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은 가격 때문에 업그레이드를 미루거나 AMD로 플랫폼 변경을 시도해야 했다.
PC OEM 제조사들은 공급 부족 영향으로 직접적인 매출 하락을 겪었고, 인텔 독점이던 서버 시장에서는 일부 제조사가 고객사에 AMD로 플랫폼 전환을 권유하는 현상이 발생, 1년 동안 AMD의 서버 시장 점유율이 0.8%에서 3.2%로 네 배나 치솟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결국 인텔은 14nm CPU 공급 부족 사태를 인정하고 추가 투자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투자 비용만 늘린다고 스타크래프트에서 프로토스가 건물 소환하듯 당장 운영 가능한 14nm 라인이 늘어나는 것도 아닌 만큼, 인텔이 선택한 해법 중 하나가 바로 생산 공정의 영향이 비교적 덜한 칩셋 공정의 후퇴고, 그 대상 중 하나가 B365 칩셋이다.
14nm에서 생산되던 B360을 22nm 공정이 적용된 B365 칩셋으로 대신하면서 추가적인 14nm CPU 생산 라인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12월 B365 칩셋이 공식 출시되기 약 두 달 전인 10월 부터 인텔이 B360 칩셋의 생산량을 30% 이상 줄였다는 내용이 알려졌다.
당시에는 B365 칩셋 관련 정보가 제한적이었기에 B360 칩셋의 감산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B365 칩셋이 출시되면서 22nm 기반으로 확인되자 비로소 B360 칩셋 감산 이유가 명확해졌다.
즉, 모든 정황이 B365 칩셋의 출시는 14nm CPU 공급 부족 사태 대응 전략의 하나임을 가르킨다.
'F' 모델 CPU와 22nm B365, 2019년 인텔 14nm CPU 공급 살아날까?
2018년 4분기 B365 칩셋 출시에 앞서 3분기에 H310 칩셋도 14nm 공정에서 22nm 공정으로의 후퇴 결정을 내린데 이어, B360 칩셋 대응 B365 칩셋에 22nm 공정이 사용된 것은 그만큼 인텔의 14nm CPU 공급 부족 사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반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14nm 공정의 H310과 B360을 22nm 기반 H310C와 B365로 대체했음에도 충분한 14nm CPU 공급이 어려운 듯, 2세대 코어 프로세서인 샌디브릿지 이후 9세대 들어 처음으로 내장 그래픽이 없는 'F' 버전을 출시하기에 이른다.
이 'F' 버전은 속된말로 iGPU가 고장난 불량감자라는 분석.
지금까지 CPU 생산 중 iGPU 불량이 발생했을 때 그냥 폐기했다면 이제는 조금이라도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F' 버전으로 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렇게 상황이 악화된데는 10nm 공정 전환이 예상보다 늦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10nm 공정이 도입된 캐논 레이크가 2016년 7세대 코어 프로세서로 나와야 했지만 계속 연기되면서 3년이나 지난 2019년 연말에야 아이스 레이크라는 이름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레노버의 유출된 제품 라인업에 따르면 아이스 레이크의 모바일 버전은 6월 출시될 가능성도 점쳐지는데, 구체적 시기야 어찌되었든, 이처럼 10nm 공정 양산이 늦어진 것은 당초 인텔의 목표치가 너무 높았기 때문으로, 현재는 2015년 발표한 하이퍼스케일링 기반의 10nm 공정이 아닌 12nm 공정에 가깝게 후퇴된 공정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오는 인텔의 10nm 공정 CPU지만, 그럼에도 수율이 충분치 못해 빈자리를 대체할 코멧 레이크라는 또 다른 14nm CPU 제품군이 예고되었으며, 그에 앞서 지난해 위스키 레이크와 앰버 레이크라는 또 다른 14nm CPU가 출시되었는데, 위스키 레이크 역시 출시 초기 공급 부족에 시달린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비록 6세대 스카이레이크처럼 일부 14nm 공정 제품을 단종하고 제조 공정을 후퇴시킨 H310C와 B365을 투입한다 해도, CPU를 비롯해 현재 인텔 파운드리의 생산 공정이 14nm에 집중되다 보니, 10nm 수율을 안정화해 14nm에서 넘어가거나 14nm 라인을 증설하지 않고는 현재의 인텔 CPU 공급 부족 사태 해결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10nm 공정이 적용된 아이스 레이크가 출시되더라도 2019년 12월까지도 14nm CPU 공급 부족 이슈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는 인텔 일본 지사장의 언급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B365만으로는 14nm CPU 부족 현상 개선에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듯 하다.
인텔 14nm CPU 공급 상황, 조금은 나아지고 있나?
인텔의 입을 빌자면 14nm CPU 공급 부족 사태의 주 원인은 예상을 뛰어넘은 수요 증가다.
10nm 전환을 앞둔 인텔 입장에서 14nm 공정 CPU 공급 부족 사태 해결을 위해 생산 라인을 무턱대고 증설하는 것은 부담되는 선택이다. 때문에 14nm Fab 설비 확충은 장기 플랜으로 진행 중이라, 순전히 Fab 확대를 통해 당장 급한 수요를 충족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결과적으로 인텔은 iGPU '불량감자'라는 비아냥을 감수하면서도 'F' 버전을 출시하고, 제조 공정의 영향이 크지 않은 메인보드 칩셋 중 메인스트림/ 엔트리급 모델인 H310과 B360을 14nm에서 22nm 후퇴시킨 H310C 및 B365로 대체하는 현실적인 대응을 선택했다.
여기에 기업 대상 OEM 공급 우선 정책에 따라 개인용 DIY 모델의 생산량을 줄였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인텔의 대응에 아쉬움도 느낄 수 있겠지만, 다방면으로 14nm CPU 생산 라인을 확보하면서 서버용 제온과 하이엔드 코어 프로세서의 공급도 정상화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서 조만간 Non-K 버전 CPU 들의 출시가 예고될 정도로 인텔의 14nm CPU 공급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제품 출시가 이뤄지는 것과 시장이 만족할 만큼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을지는 당연히 별개의 이야기지만, 최소한 소비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할 정도의 여유는 생겼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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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기자 / 필명 이오니카 / ghostlee@bodnara.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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