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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일용 기자] 한때 웹 브라우저의 대명사나 다름 없었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사망 선고를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마케팅책임자 크리스 카포셀라는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MS 컨버전스 컨퍼런스에 참석해 "윈도10의 기본 웹 브라우저인 '프로젝트 스파르탄'에 인터넷 익스플로러(IE)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을 것"이라며, "IE를 대신할 새로운 이름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IE 브랜드를 폐지하고 새로운 웹 브라우저 브랜드로 심기일전하겠다는 얘기다.

MS는 왜 IE 브랜드를 폐지하려는 걸까. 그리고 프로젝트 스파르탄은 IE와 무엇이 다른걸까. MS가 IE 브랜드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프로젝트 스파르탄의 비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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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IE, 실은 제각각

윈도 운영체제 기본 탑재에 힘입어 IE는 승승장구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시장점유율이 90%에 육박할 정도였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웹 페이지가 웹 표준 대신 IE에 맞춰 제작되던 시절이다. 성공에 취해 MS는 자만했다. IE 업데이트를 미루고, 부족한 기능은 각종 플러그인(액티브X, 자바 애플릿, 플래시 등)으로 메웠다. 그렇게 웹 페이지는 IE와 플러그인으로 도배되어 갔다.

하지만 모질라 파이어폭스와 구글 크롬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가볍고, 빠른데다, 웹 표준을 준수하고, 다양한 확장 기능을 제공하는 파이어폭스와 크롬에 사용자들은 열광했다. 둘의 점유율은 빠른 속도로 늘어났고, 그만큼 IE의 점유율은 줄어들었다.

뒤늦게 발등에 불이 떨어진 MS는 IE7~11을 빠르게 공개하며 시장점유율 수복에 나섰다. IE9부터 웹 표준을 제대로 준수하기 시작했고, IE11에 이르러서는 웹GL(웹 브라우저 기반 3D 그래픽 가속 기술)을 가장 빨리 도입하고 플러그인을 금지시키는 등 웹 표준 준수를 위한 혁신적인 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무너진 점유율을 복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IE의 가장 큰 문제는 뭘까? '파편화'다. 시장조사기관 넷애플리케이션즈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IE의 전세계 시장점유율은 57% 내외다(2015년 2월 기준). 크롬이 24.5%, 파이어폭스가 11.5%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준수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IE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통계의 함정이다. IE는 각각의 버전별로 전혀 다른 웹 브라우저다. IE라는 브랜드 네임만 공유하지 그 근간은 전혀 다르다는 뜻. IE8에 맞춰 개발한 웹 페이지가 IE10이나 IE11에서 깨져 보이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IE를 하나로 묶어서 시장점유율을 파악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재 IE의 점유율은 IE8 19%, IE9 8%, IE10 5.5%, IE11 22.8%인 상태다. (IE8이 많은 이유는 윈도7 운영체제 때문이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윈도7의 기본 웹 브라우저라 점유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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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웹 브라우저 버전별 시장 점유율, 자료제공: 넷애플리케이션즈>


이러한 파편화 탓에 웹 개발자들은 IE 각 버전에 맞춰 별도의 웹 페이지를 개발해야 한다고 불편함을 성토했고, 사용자들은 IE를 최신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낡은 웹 브라우저라고 혹평했다. 이 모든 것을 MS가 자초했다.

IE의 문제점은 하나 더 있다. '윈도 종속'이다. IE는 윈도만을 위한 웹 브라우저다. 크롬, 파이어폭스 등 경쟁 웹 브라우저는 윈도뿐만 아니라 OS X, 리눅스 등 다른 운영체제로도 출시됐다. 반면 IE는 꾸준히 윈도의 기본 웹 브라우저 자리를 지켰다. '윈도=IE'라는 공식을 성립시킬 정도로. 물론 윈도 외에 다른 운영체제로 외도(?)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MS와 애플의 계약에 따라 1997년부터 2000년까지 OS X용 기본 웹 브라우저로 채택된 바 있다. 하지만 애플이 자체 웹 브라우저 사파리를 개발함에 따라 MS는 OS X용 IE 개발을 중단하고 철수를 선언한다. 이후 IE는 윈도 전용 웹 브라우저의 자리를 고수했다.

IE는 윈도에 종속적인 웹 브라우저다. 윈도98에 '액티브 데스크탑'이라는 기능이 추가된 이래 윈도와 IE는 한 몸처럼 움직였다. IE가 웹 페이지를 표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명령어 가운데 IE만 접근할 수 있는 윈도 전용 명령어가 섞여 있을 정도다. 윈도가 PC 시장을 지배하던 시절, IE는 윈도와 같이 영화를 누렸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고 윈도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IE도 덩달아 몰락했다. 모바일 웹 브라우저 시장이 크롬과 사파리 위주로 재편되는 동안 IE는 사용자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결국 모바일 웹 브라우저 시장집계에서 기타에 포함되는 굴욕을 맛봐야만 했다.

반성을 담은 웹 브라우저, 프로젝트 스파르탄

프로젝트 스파르탄은 MS가 지금까지의 웹 브라우저 전략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이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내놓은 결과물이다. 프로젝트 스파르탄은 윈도10의 새로운 기본 웹 브라우저다. 스파르탄은 MS의 인기 게임 프렌차이즈 '헤일로 시리즈'의 주인공이 소속된 특수 부대의 이름이다. MS의 음성 비서 서비스 '코타나'가 헤일로 시리즈의 여주인공 이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이름을 모두 프로젝트의 코드네임으로 투입한 것이다. 그만큼 MS가 스파르탄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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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스파르탄은 'IE12'가 아니다. IE에서 독립한 완전히 새로운 웹 브라우저다. 왜 MS는 IE 대신 스파르탄을 시장에 투입하는 걸까. 프로젝트 스파르탄의 출시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윈도 운영체제에서 벗어나 다른 운영체제와 플랫폼에도 공급하기 위해서다. 둘째는 기존 IE의 잔재를 벗어 던지고 새로운 웹 브라우저로 거듭나려는 것이다.

프로젝트 스파르탄은 웹 브라우저 내의 윈도 전용 명령어를 제거하고, 웹 표준을 철저히 준수해 어떤 플랫폼에서든 실행될 준비를 마쳤다. 먼저 윈도10용을 선보이고, 이후 OS X, 리눅스, 안드로이드 등 여러 플랫폼으로 그 범위를 확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사용자들은 곧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애플 아이폰에서도 MS의 웹 브라우저를 만나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기존 IE의 잔재를 벗어 던지고 새로운 웹 브라우저로 거듭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크롬스러운(Chrome-Like)' 웹 브라우저가 되겠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스파르탄은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기존 IE의 사용자환경(UI)대신 크롬처럼 간결하고 쉬워 보이는 UI를 채택해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크롬스러운'은 단순히 사용자환경에 머무르지 않는다. 웹 브라우저 관리 방식도 크롬처럼 바꾼다. 크롬은 사용 도중 업데이트 파일을 조금씩 내려 받아, 어떤 사용자든 웹 브라우저를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IE는 6~11까지 버전 별로 집계하지만, 크롬은 단일 웹 브라우저로 집계되는 이유다. 프로젝트 스파르탄은 이러한 크롬의 자동 업데이트를 도입한다. 스파르탄 사용자는 웹 브라우저를 언제나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고, 언제나 최신 웹 표준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플러그인 설치 기능을 제한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액티브X, 플래시, 실버라이트 등 외부 플러그인 설치를 제한해 웹 서비스 업체가 웹 표준을 준수할 수 있게 도울 방침이다. 크롬과 파이어폭스 역시 올해 말부터 플러그인 설치 기능을 제한할 예정이다. 때문에 대한민국의 웹 환경 역시 한차례 격변을 겪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프로젝트 스파르탄의 독특한 기능 세 가지

프로젝트 스파르탄은 사용자 편의를 위한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다. 미국의 IT 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프로젝트 스파르탄에는 다른 웹 브라우저에서 찾아볼 수 없는 편의 기능 세 가지가 추가된다.

먼저 웹 페이지에 글이나 그림을 추가할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된다. 번거롭게 화면을 캡처하지 않아도 이 필기 기능을 통해 웹 페이지를 편집하고 MS 원노트에 저장할 수 있다. 전자펜을 함께 제공하는 태블릿PC와 컨버터블PC의 활용성을 한층 높여주는 기능이다.

구글 나우처럼 사용자의 주소록, 달력, 검색 이력을 수집해 사용자에게 맞춤 정보도 제공한다. 프로젝트 스파르탄을 실행하면 오늘 해야 할 일, 가야 할 장소, 가는 방법, 보고 싶은 영화를 예매하는 방법 등 사용자가 궁금해하는 것을 찾기도 전에 미리 알려준다. 유연한 탭 기능도 추가한다. 개인용 탭, 업무용 탭, 비밀 탭 등을 분리해서 관리할 수 있다.

프로젝트 스파르탄은 IE와 동일한 차크라 자바스크립트 엔진과 트라이던트 렌더링 엔진(HTML, XML, CSS 등 웹 페이지 구성요소를 조합해 완성된 웹 페이지를 구현하는 엔진)을 탑재한다. 사용자 환경이나 기능은 크롬처럼 변하지만, 웹 브라우저의 근간만은 IE의 혈통을 고스란히 유지한다.

스파르탄이 출시된다고 해서 IE가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MS는 기존 IE를 위한 기능 및 보안 업데이트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하지만 MS가 IE 사용자를 프로젝트 스파르탄으로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IE의 점유율은 점점 낮아지고 결국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 스파르탄의 정식 명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윈도10 베타테스트 버전에도 프로젝트 스파르탄 대신 IE11이 포함된 상태다. 사용자들은 윈도10이 정식 출시되는 올해 여름 프로젝트 스파르탄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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